창세기 10장은 노아의 세 아들, 셈과 함과 야벳의 후손이 각 나라와 언어, 족속과 땅으로 퍼져 나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명 ‘민족의 계보’라고도 불리는 이 장은 단순히 족보만 나열된 듯하지만, 사실은 인류가 어떻게 세상으로 퍼져나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역사 기록이다.

가끔 이런 계보 장면을 읽다 보면,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지?”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계보 속 이름들 하나하나가 성경 전체에서 중요한 인물들로 다시 등장하거나, 민족 간의 갈등과 연결되기도 한다. 성경은 그저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에서 본 인류의 시간표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창세기 11장, 유명한 ‘바벨탑 사건’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으려고 탑을 쌓았고, 그 동기는 겉보기엔 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님 없이도 우리의 이름을 높이자”는 오만함이었다.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흩으시고, 온 땅으로 흩어지게 하셨다.

하나님의 계획은 흩어짐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언어의 분열도, 사실은 하나님의 질서였다. 우리는 때때로 통제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밀어내지 않으신다.

그 증거가 바로 이어지는 셈의 계보다. 바벨탑 사건 직후 등장하는 이 족보는 단순한 혈통의 나열이 아니다. ‘벨렉의 시대에 세상이 나뉘었더라’라는 말처럼, 인간의 역사는 분열되었지만 하나님은 그 가운데서도 아브람이라는 한 사람을 택하신다. 아브람을 통해 하나님의 구속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는 흩어짐을 두려워하지만, 하나님은 그 흩어진 자리에서도 길을 여신다. 하나님 없이 높아진 이름은 무너졌지만, 하나님 안에서 이어진 이름은 구속의 줄기를 만들어간다. 바벨탑은 무너졌지만, 하나님의 언약은 계속된다.

오늘 우리는 어떤 이름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사람들의 인정을 향한 탑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가는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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